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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하나씩

대화는 소화제인가 보다

by 찌니니 2022.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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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답한 하루가 계속 되어갑니다.

매일 같이 늦잠을 자고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허기만 채울 뿐입니다. 매일 같이 지친 육신은 의자와 침대만 찾는 것 같습니다.

 

 기분 전환이라도 하려고 집 밖을 나서려는 마음은, 언제나 마음 뿐입니다.

'나가면 뭘 하지? 주변만 서성이면 괜히 힘만 더 빠지면 어쩌지? 그냥 한숨이라도 더 잘까?'

게을러도 이렇게 게을러도 될런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래도 잠깐 시간을 내어 옷을 갈아입고 문 밖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짧은 가을이지만, 가을의 날씨가 피부에 와닿습니다.

파아란 하늘이 정말 높이 높이 깊은 바닷속처럼 보이고 어젠 보이지 않던 가로수들은 울긋불긋 잎사귀 색을 바뀌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천천히 걸음을 걸으며 귓가에 들리는 음악소리를 조금 낮추었습니다. 오랜만에 밖의 소음은 가을을 맞이하는 분주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괜스레 좀 더 걸어보고 싶어집니다.

 

 천천히 걷다보니 좀 더 걸어보게 되었습니다.

평소엔 잘 가지않던 골목길을 돌아보고 큰 길로 걸어도 보고 잠깐 멈춰선 횡단보도에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오늘은 왜인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근처 식당으로 들어가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나중에 저녁이 애매한 시간이지만 오랜만에 걸었다고 허기진 뱃속이 우렁차게 아우성을 내고 있어 얼른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합니다. 아무도 없는 식당 안은 조금 아쉬웠지만 어느새 하나 둘 자리를 채워지는 것을 보고 괜스레 미소 지으면 식사를 합니다.

 

 카페를 들어갈까 생각을 했지만 좀 더 걸어봅니다.

천천히 둘러보는 거리는 가을 햇빛을 받아 노을 빛이 돌아 더욱 걷기 좋은 길이 되었습니다. 우연히 지인을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일은 언제나 힘들고 쉬고 있는 저에게 부럽다는 말을 수시로 합니다. 다른 자리였다면 그렇게 좋은 말로는 들리지 않았을 겁니다. 근데, 오랜만에 길을 걸어보고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보니 뭔가 뻥 뚫린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을 길을 걸은 오후의 마법인가 봅니다.

짧은 시간 그 대화가 늦잠을 자고 온종일 답답할 것 같은 가슴을 소화제를 먹은 듯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긴 시간도 아니고 큰 깨우침을 느낀 대화는 아니지만 정말로 속 시원해지는 대화는 오랜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라고 했습니다.

일단은 많은 사람을 만나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습니다. 사람을 알아가는 것도 나를 알아가는 것도 상호간의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했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속 시원해지는 대화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많이 가져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나를 조금씩 알아가고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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