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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하나씩

오늘은 색다른 방식으로

by 찌니니 202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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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흐림은 좀 더 차분한 마음을 들게 합니다.
늦은 시간도 아닌데 흐린 창밖의 모습입니다. 비가 올려나 걱정되어 창문을 열어 건물 사이 위로 보이는 하늘은 유심히 바라봅니다. 다행이 구름이 비를 뿌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서둘러 창문을 닫고 함께 고개를 내밀고 있던 고양이를 품에 안고 오늘은 뭘 하고 싶은가 물어봅니다.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간식 바구니가 들어 있는 서랍장 앞에 털썩 주저 앉습니다. 역시 고양이는 동물인 척 하는 사람이 맞습니다.

간단한 차를 마시고 책상을 조명을 켰습니다.
책상 한 켠에 로즈마리들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잎사귀를 만집니다. 햇빛이 한참이나 모자랄 텐데 시들지 않고 새싹을 틔우는 힘을 보고 좀 더 큰 로즈마리로 자랄 수 있게 신경을 써보기로 합니다. 흙이 마른 것을 보고 오늘 저녁은 물을 주고 잎사귀도 깨끗하게 씻어 주어야 겠습니다.

여전히 간식 서랍장 앞에서 일어서질 않습니다.
고양이 간식은 언제나 저녁에 줍니다. 한낮에 간식을 주다보면 혹시라도 직장 들어갔을 적에 더 우울하지 않을까, 함께 있는 시간에 좀 더 위로를 해줄 수 있는 기회를 남기는게 좋을 것 같아 한참이나 쓰다듬고 토닥이를 해줍니다. 제 마음을 이해해주었는지 꼬리를 들고는 방안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박스 속 담요에 자라를 잡습니다. 오늘은 간식은 다양하게 주고 싶은 감사한 마음이 일었습니다.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집 밖으로 나옵니다.

은행에 들렸습니다.
오래 전에 빌렸던 대출이 만기가 다가왔습니다. 조금 더 일찍 상환을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상황은 언제나 예기치 않아 점점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줄어든 마음의 무게가 은행 문을 나서니 방방 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주차장으로 가는 걸음이 나도 모르게 가벼워 달리기를 하고 싶을 정도 였습니다. 이번 주말은 등산보다 천변을 뛰는 것도 좋겠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조금씩 생겨납니다.
마냥 머릿 속으로 떠올리고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생각만 하던 일들이 점점 하게 되었습니다. 걱정보다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만큼 조금은 천천히 하나를 이루고 다른 일들을 하려고 합니다. 무턱대고 생각나는대로 하다보면 또다시 이도저도 아니게 될테니까요. 천천히 생각나는 것들을 지금의 시간에 내가 완전히 해낼 수 있는지 바라보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꾸준히 흐르는 만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도 꾸준히 완전함을 찾아갈테니 그 다음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고 나의 시간에 올려둔다면 또 다른 완전함을 가질 수 있을테니까요.

오늘은 도서관으로 가는 발걸음을 자동차 운전석에 가지런히 두고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렸습니다.
도서관이 있는 곳은 작은 언덕에 있어 주차장에서 작은 숲을 볼 수 있습니다. 큰 도로의 가로수들은 울긋불긋한 잎사귀를 보여주고 있지만 여기는 아직 조금은 푸르름이 섞여 있습니다. 흐린 하늘에 잘 어울리는 차분한 색을 보이는 나무를 보며 짧기만 한 가을 날씨를 좀 더 붙들고 싶습니다. 한참이나 모자란 가을의 날씨를 매년 아쉽다고 노래를 부릅니다. 언제나 상상속의 타임머신을 만들어 어린 시절의 충만한 계절의 만족감을 받았던 시간으로 가고 싶습니다. 그때보다 지금의 제가 간다면 하루 종일 볕이 잘 드는 마당에 앉아 밥 생각도 없이 책을 보고 풍경을 눈에 담을테니까요. 아마 잠도 더 많이 잤을 겁니다.

오늘은 색다른 방식으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문득 생각해보면 색다르다는 느낌은 어디에나 있는데 오늘은 무엇때문에 색다르다고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익숙하게 무언가하는 공간에 의미를 새겨두어서 그런지 처음으로 자동차 안에서 글을 써서 더욱 그런 마음이 컸습니다. 앞으로 의미를 이곳에도, 저곳에도, 그곳에도 가리지 않고 두어야겠습니다. 매일 매일이 색다른 나날이 될 것 같아 들뜬 마음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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